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3.7% 오른 시간당 1만700원으로 확정되면서 국내 창호 관련 산업계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원·부자재가 고공행진, 물류비 상승, 그리고 고유가·고환율과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이번 최저임금 인상이 업계의 수익성 악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14일 최저임금위원회는 제14차 전원회의에서 표결 끝에 내년도 적용 최저임금을 1만700원으로 최종 결정했다. 주휴수당을 포함한 월급 환산액은 223만6300원(주 40시간, 월 209시간 근무 기준)으로, 올해 인상률(2.9%)을 웃도는 3.7%의 상승 폭이다.
이에 대해 창호 관련 산업계는 단순한 시급 380원 인상이 아닌 그 이상의 영향을 걱정하고 있다. 현장 제조업의 특성상 최저임금 인상은 최하위 급여 지급 대상자뿐만 아니라, 기존 숙련공들의 임금까지 연쇄적으로 밀어 올리는 인상 도미노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한 창호업체 관계자는 “창호재 압출 및 가공 공장의 기계화·자동화율이 과거보다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다품종 소량 생산을 처리해야 하는 중소업체들은 여전히 수작업 비중이 적지 않다”며 “기본급 인상은 주휴수당, 퇴직금, 그리고 이와 연동된 4대 보험료 등 기업이 부담해야 할 간접 노무비 부담을 함께 늘려 고정비 압박을 불러일으킨다”고 토로했다.
원자재 폭등에 인건비까지 ‘중소업체 한계 직면’
더 큰 문제는 이번 인건비 인상이 수년째 이어온 원·부자재 가격 상승, 내수 침체 시기와 맞물렸다는 점이다. 그동안 창호업계는 출혈 경쟁 속에서도 판매 가격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며 수익성 감소를 감내해 왔다. 하지만 그 임계점에 달한 상황에서 가파른 인건비 상승은 생산원가의 추가적 부담으로 이어져 각 업체들의 생존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는 대기업보다 체력이 약한 중소 압출·가공·시공업체에 집중될 전망이다. 대기업군은 자동화 라인 구축 비중이 높고 단가 조정이 상대적으로 유연하지만, 중소업체들은 당장 불어난 고정비를 전가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전 과정이 거의 100% 인적 자원에 의존하는 시공 분야는 인건비 상승에 더욱 예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장 실측부터 운반, 기존 창호 철거, 양중, 고난도 시공 작업에 이르기까지 인력이 필수적인 시공업계는 인건비 상승이 시공 단가 상승, 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과 매출 감소,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비치고 있다.
자동화와 고부가가치 제품 전환 요구
지속적인 최저임금 상승 기조 속에서 창호업계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돌파구는 공정 자동화를 통한 선제적 체질 개선이다. 초기 설비 투자 비용이 부담스럽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투입 인력을 최소화하는 무인화·자동화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국내 창호 가공 업계에서는 국산 자동화 설비뿐만 아니라 유수의 유럽산 프리미엄 설비 도입도 활발해지고 있다. 해외 제조사들 역시 국내 협력사를 통한 기술지원, 사후관리(A/S) 망을 강화하면서 업체들의 선택 폭을 넓히고 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이탈리아 그라프시너지 본사 EDGARD AMARANTI 아시아 총괄 매니저는 “숙련된 작업자를 찾는 어려움, 무섭게 올라가는 자재비 및 인건비 등이 한국 창호업계가 자동화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조성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며 “높은 생산성, 생산 중 발생하는 에러 해결, 인건비 절감 등과 동시에 최고 품질의 완성창 제품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자동화에 대한 한국 시장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인건비 상승의 압박을 견디기 위한 또 다른 축은 제품 포트폴리오의 다각화다. 가격 경쟁이 치열하고 마진율이 극히 낮은 저가형 단열 창호 시장에서 벗어나, 정부의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의무화 로드맵에 부합하는 고성능 시스템창호 및 패시브하우스급 고단열·친환경 제품군으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는 견해다.
고부가가치 제품군은 기술적 진입 장벽이 존재하지만, 일반 시판 제품 대비 마진율이 높아 인건비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을 자체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완충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소비자의 고품질 지향 심리와 맞물려 가격 인상에 대한 시장의 저항감도 상대적으로 적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의 무게는 창호업계 입장에서도 결코 가볍지 않다”며 “이 위기를 기회 삼아 기술, 품질, 효율성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